< 지리산 산행기>
1. 산행일자 : 2006년 12월 16일 ~17일(무박)
2. 산행코스 : 당초계획 ==>
중산리-칼바위-천왕봉(정상)-장터목산장(중식예정)-세석-거림
폭설로 장터목산장에서 백무동으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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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산꾼들을 겨울 산행을 즐긴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도 겨울 산행의 맛을 조금씩 느끼는것 같은데
산에 오르기가 두렵습니다.
산위에 올라가 칼바람을 맞으며 내 속의 모든 것을
토해내고 싶기도 하건만
무릎은 날 더 낮추라고 합니다.
새벽길을 떠나는 이苦行(고행)은 행복한 고행임을 다 알기에 그 누가 시킨것도
아니건만 우린 즐거움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둠에 묻힌 중산리! 물소리를 오른쪽에 끼고 후레쉬 밝음에 의지하여 길을 찾아 나아 갑니다.
어둠속에 보이는 칼바위, 비바람, 눈보라 속에서도 언제나 그자리, 변함없는 자연을 배우며
오늘도 부지런히 걸어주는 이 튼튼한 두발의 고마움을 느끼면서 밝아오는 새벽길을 맞으며
오름질 합니다.
2.산에 안기며, 산을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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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때론 눈에 덮혀 장중하게, 어느때는 피흘려 죽어간 빨치산의 울부짖음으로 막연히 기억하는 그 산에 가고
싶었다.
산의 품에 안겨 배우며, 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3.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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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떠나기 전부터, 감기몸살로 몸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그냥 집에 쉬고 싶었는데~기어코 예견했던 일이
다가 오고 있다.
어느 산칭구가 떠나기 전 전화로 나의 목소리를 듣더니~다른데는 몰라도 지리산 그몸으로 못간다고
포기하라는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이젯껏 산을 타면서 오늘 처럼 힘든것 처음인 듯 하다.
큰산에 오면 보다 세밀하게 컨디션 조절을 해야 했는데 너무 쉽게 출발했나 보다.
에이~ 가는데 까지 가보자
<백무동 내려오면서 바라본 장터목 산장 능선>
4.천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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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온힘을 다하여 밧줄과 바위와 계단을 넘으니 차가운 냉기가 느껴진다.
천왕봉이었다.
쉽게 산꾼을 허락하지 않으리라는 몸부림인지 칼바람이 나를 날려버릴듯 쉴새없이 몰아친다.
기념사진도 어렵게 담고 준비해온 정상주꺼내어 마실분위기가 아니다.
모든것을 칼바람이 날려버린다.
천왕봉 일출은 새벽이 내리는 눈 폭탄에 맞아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천왕봉 일출은 3대(三代)에 덕을 쌓지 않고서는 볼수 없는것이라 한다. 그 만큼 천왕봉 일출은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리라
그도 그럴것이 일년을 통틀어 일출을 볼수 이는 날이 20여일 밖에 되지 않는다 하니~
5.제석봉 고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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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부터 장터목까지 평탄하 능선이다.
눈보라와 칼바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잔뜩 흐린날씨에 폭설까지 내려 주변의 경치는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금더 걸어니 등산로 좌우 눈속으로 멀리 고사목이 보인다.
제석봉 근처 인듯 싶다.
도벌꾼들이 도벌후 흔적을 없앨려구 불을 질러 많은 나무들이 사라졌다한다.
띄엄띄엄 서있는 고사목
나무는 죽어서 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6.폭설중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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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 산행기점부터 간간히 내리던 눈발이 굵어진다.
천왕봉을 넘어 눈꽃향기에 취해서 가다보니 장터목 산장이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커피한잔 하는데 ~지리산에 폭설특보로 중산리~천왕봉과
벽소령 쪽에 등산객 출입통제 란다.
걱정하던 일이 현실로 왔다.
에이 몸 상태도 안좋은데 사실 거림코스는 눈이 없더라도 힘든 코스이다.
백무동쪽으로 탈출~`
세석평전이 눈에 아른거린다.
7.산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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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로 내려오는데 눈속에서 몇몇 등산객들이 올라온다.
지금 천왕봉 통제된것 아시나요? 물으니, 장터목 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온다는 것이다.
지리산 폭설에도 불구하고 운 좋케도 천왕봉을 넘었으니, 약간의 행복감이 돈다.
산길을 걸으면 지나가는 산우들과 자주 마주친다.
나이에 관계없이 오름질하는 산우들을 내림질하는 산우가 양보하면서
나누는 인사는힘든 산행길에서 서로에게 힘이된다.
산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산에서는 부자이든, 가난하던, 지위가 높던 낮던
똑 같은 댓가의 땀을 흘려야 산을 만날수 있다.
나누는 대화는 오직 자연과 건강 뿐~~
나는 이제 이룬것 하나없는데 이미 지천명(智天命)의 나이를 넘어섰다.
내 인생은 지금 어디로 향해서 가고 있는것일까?
눈보라 치는 이 겨울에 지리산에는 무슨 인연을 따라 와 있는가?
겨울 지리산 등산 이라는 오만함을 취하러 온것인가?
눈 쌓인 하얀 지리산!
이 거대한 자연의 조화와 아름다움 속에서 인간의 존제는 얼마나 우습고 초라한 존제인가?
나로다 하는 아집과 욕심은 얼마니 하찮은것인가?
약 10시간 산행을 했다.
어둠따라, 헤드라이트 불빛 따라, 해따라 걸었다.
바람따라, 구름따라, 물따라 걸었다.
걸어가면서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며 걸었는가?
이 산길처럼 우리 인생도 하염없이 걷고 걸어가야 하지 않는가?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우리네 인생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