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빈자리

          유하


미루나무 앙상한 가지 끝

방울새 한 마리도 앉았다 날아갑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로 그 자리

방울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갑니다

문득 방울새 한마리 앉았던 빈 자리가

 

                                                                                비봉산의 달 .....군
우주의 전부를 밝힐 듯 눈부시게 환합니다

실은, 지극한 떨림으로 누군가를 기다려온

미루나무 가지의 마음과

단 한 번 내려앉을 그 지극함의 자리를 찾아

전 생애의 숲을 날아온 방울새의 마음이

한데 포개져

저물지 않는 한낮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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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많은 색깔들

중년은 많은 색깔을 갖고 있는 나이이다.
하얀 눈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분홍 추억이 생각나고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에도 회색의 고독을 그릴 수 있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본다. 중년은 많은 눈물을 가지고 있는 나이이다.

어느 가슴 아픈 사연이라도 모두 내 사연이 되어버리고
훈훈한 정이 오가는 감동 어린 현장엔 함께하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만 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운다.

 


중년은 새로운 꿈들을 꾸고 사는 나이이다
나 자신의 소중했던 꿈들은 뿌연 안개처럼 사라져가고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들에 대한 꿈들로 가득해진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 꿈을 꾸고 가슴으로 잊어가며 산다
중년은 여자는 남자가 되고 남자는 여자가 되는 나이이다


마주보며 살아온 사이 상대방의 성격은 내 성격이 되었고
서로 자리를 비우면 불편하고 불안한 또 다른 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 흘기면서도 가슴으로 이해하며 산다
중년은 진정한 사랑을 가꾸어갈 줄 안다.

중년은 아름답게 포기를 할 줄도 안다.
중년은 자기주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그래서 중년은 앞섬보다 한발 뒤에서 챙겨가는 나이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살아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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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육하원칙

 

하나. 언제 산으로가나

봄이좋다. 가을은 더좋다. 여름도 괜찬다. 겨울은 시리도록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이 영락없이 더좋다.

괘로울 때가라. 기쁠 때나 외로울 때도가라.

 

바람 부는날. 비 오는날. 눈 오는날. 눈이 부시게 푸른 날.

천둥치고 번개치는날. 달 밝은날.

미쳤다고 생각되는 날까지 가라.

 

둘. 어느 산을 갈것인가

가까운 산 몇 번 간후에. 먼 산으로 달려가라.

낮은 산 오르고. 높은 산 올라라.

유명하고 아름다운 산은 자구만 가라.

 

셋. 누구하고 갈 것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다면 적어서 좋다.

서넛이면 여러가지로 좋고. 둘이면 손잡기 좋고.

혼자면 마음대로라 좋다.

 

홀로 가면 바람과 구름. 나무와 새. 꽃과 나비를 몽땅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을 뿐더러. 자연과 친구가 될수잇어 희안하게 좋다.

 

                                                    <지리산 백무동 하산길에서 장터목 능선    061217 산꾼>

넷. 산에 가서 무엇을 하나

기진할 때까지 방황하다 쓰러져라.

두려움조차 내 것으로 껴안아라.

 

새소리리도 흉내내보고. 나뭇잎에 편지라도 적어보라.

향기에 취해서 야생화를 빰에 비벼보라.

도토리 한알 주워 친구에게 선물해보라.

 

산정에서는 고함보다 침묵이. 침묵보다 명상이 엄청 더 좋다.

 

다섯. 어떻게 산에 가면 좋은가

발가벗고 가라. 허위와 영악함 부끄러움과 더러움을 가져주는 옷과

넥타이. 모자. 양말까지 벅고 가라.

 

그렇게 하면 솔바람에 마음을 정갈히 빗질할 수 있고.

맑은 계곡물에 더러움과 영악함을 헹구기 쉽다.

 

여섯. 왜 산에 가는가

산이 있기에 간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태어났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존재론으로. 더 곤란하면 운명론으로 돌려라.

더더욱 곤경에 처하면 되물어라.

 

"당신은 왜 산에 안 가는가?"

 

                        <성락건님의  저서 남녁의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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