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무이품 지리산>
일 자 : 2007년 2월 3일~4일(무박)
코 스 : 백무동 - 하동바위 - 소지봉 - 장터목 - 천왕봉 - 중봉 - 치밭목산장
- 무제치기 폭포 -유평리 - 대원사 - 주차장
1. 프롤로그
산꾼들을 겨울 산행을 즐긴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도 겨울 산행의 맛을 조금씩 느끼는것 같은데
산에 오르기가 두렵습니다.
산위에 올라가 칼바람을 맞으며 내 속의 모든 것을
토해내고 싶기도 하건만
무릎은 날 더 낮추라고 합니다.
새벽길을 떠나는 이苦行(고행)은 행복한 고행임을 다 알기에 그 누가 시킨것도
아니건만 우린 즐거움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올 겨울! 소백산 칼 바람을 시작으로, 지리산 폭설~가리왕산 레쎌산행, 계방산~선자령~
고루포기등 혹독한 추위와 칼바람에 떨었으면서도~
일상으로 돌아오면~또 그리워 지고, 기다려지는 겨울산 입니다.
산에 올랐을 때~ 어머니 같은 넉넉한 가슴으로 우리가 버린 무수한 욕심들을 거두고
일상으로 되돌아 올 때면, 산은 우리네 가슴에 그리움을 가득채워 보냅니다.
어느날 우리가 텅빈 가슴을 느꼇을때
그리움을 찾아서 山을 또 찾습니다.
山은 언제나 그자리에서 그리움에 메마른 우리를 기다리니 까요.
2. 출발 분위기
2007년 02월 03일 23시
언제나 그랫듯이 겨울 지리산 출발은 산행장비와 마음의 준비가 필요 합니다.
출발하기 전에 뭔가 그리움과 설레임이 찾아옴니다.
함께 산행가는 고향 후배에게 ~전화질을 합니다.
~겨울산행 준비에 대해~ 너! 헤드라이트 약 빵빵하냐?, 추운데 옷을 따시게 입고 가니? 아이젠, 스패치 등등,
내가 밥 싸갈테니~ 넌 버너하고, 라면 끼리고~ 야! 졸병때는 다 그렇게 하는거여!
알았제~지리산이 동네 뒷산인줄 아니? 정신 바짝차려 돼!
쓸데없는 잔소리임을 알면서도 후배의 목소리를 확인 하는것은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과
설레임 때문 이리라.
별로 필요하지 않을 성 싶은 물건들을 모두 빼어놨는데도 배낭의 무게가 만만 찮습니다.
모두가 잠을 청하는 늦은밤~출발하는 산꾼의 뒷모습이 보일까봐, 발자국소리로 잠을 깰가봐
고양이 걸음으로 아파트 현관문을 나섬니다.
어! 들켰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쪽문을 열고~심상 찮은 눈빛으로 처다 봅니다.
야밤에 또 어딜 가는거여~이 추운날!!
예! 산에 가요..밝은날 가지, 그래 어두운데 ~쯔즛..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네모하늘에 별들이 성기게 보입니다.
찬기운이 옴몸을 감싸더니, 이내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출발하는 시동이 아직 걸리지 않은 모양 입니다.
바람이 차다. 빨리 버스에 올라 따스함을 느끼고 싶다~혼자 중얼중얼
저멀리 어둠속에서 시커먼 그림자들이 움크리고, 옆에 벗어 놓은 통통하게 살찐 배낭들이
보이기 시작 합니다.
가까이 갈수록 낮 익은 모습들!
서로들 눈 인사를 나누고,~오늘의 날씨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증을 물으면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함께 출발하는 산울림산악회 회원님들의 얼굴들에는 행복한 모습과 또, 다시 느끼게 되는
동질감, 친화감 같은 것들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확인 합니다.
~하여튼 기분이 좋습니다.
관광버스는 어김없이 제 시간에 도착 하고, 버스속에서의 낮익은 얼굴들과 인사와 악수~
약간의 통과의례를 치룬후 드디어 차는 어둠속으로 질주 합니다 .
3.통행세 없는 백무동 관리소
2007년 03시30분 버스는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 했습니다.
한달전에 이곳으로 하산했던 주차장...날씨는 그때보다 훨신 포근 합니다.
오늘은 하동바위로 올라, 천왕봉에 도장 찍고, 중봉을 거처~치밭목 산장에서 숨좀
고르다가 무재치기 폭포에서 바위에 숨은 물소리를 듣고.....대원사로 무박코스로는
딱이네여..
처음부터 스패츠와 아이젠, 머플러, 모자, 장갑등 완전무장으로 바람한 점 들어올수
없도록해서 산꾼의 어무이山 지리山에 입산 신고를 합니다.
백무동 관리소..오늘은 통행세가 없나 봅니다.
매스컴에서 들었던 국립공원 입장료 무료! 실감나는 순간 입니다.
여기저기 눈이 많이 보입니다.
상큼한 공기 폐속에 깊숙히 들여 마시면서호젓한 산길을 들어 섬니다.
어둠에 묻힌 백무동! 물소리를 왼쪽에 끼고 후레쉬 밝음에 의지하여 길을 찾아 나아 갑니다.
아무 생각 없습니다.
어둠속에 보이는 하동바위, 비바람, 눈보라 속에서도 언제나 그자리, 변함없는 자연을 배우며
기나긴 헤드랜턴 행렬을 따라...오늘도 부지런히 걸어주는 이 튼튼한 두발의 고마움을 느끼면서
앞 사람의 발꿈치를 지표 삼아 한걸음 한걸음 오름질 합니다.
빠드득~빠드득! 눈덮인 등로와 아이젠이 궁합이 맞지 않은지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처음부터 경사가 심한 너들지대...오늘 산행거리가 만만치 않은데, 체력안배를 잘 해야 할텐데..
가끔~고개를 돌릴때면 어둠속에서~ 겨울나무들이 예쁜 이름표를 보이며 한번 보아 달라고
마른손으로 악수를 청 합니다.
음지에는 커다란 물줄기가 그대로 얼어붙어, 익어가는 겨울을 한것 뽐내고, 계곡의 얼음 아래로는
벌써 봄을 염원하는~물소리가 가늘게 들림니다.
모진 겨울을 인내하는나무에서~ 봄에 싹튀울 어린 생명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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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출은 어디에서 볼수 있을까요?
등뒤에 계속 따라오는 달님에게 물어 봅니다.
휘영청 밝은 달님은 노송의 어께너머에서 살포시 웃음 지면서 아무 말이 없습니다.
아마 "아직 보이지도 않은 태양보다~당신 뒤를 따르는 달을 더 사랑하라는 뜻"
이겠지요.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뒤쪽에서 가끔 LPG 가스도 나옵니다...크아 소리없는 흔적..
사각!사각!~등로에는 눈이 짙어지고, 눈길을 밟는 발자국소리가 연 해졌습니다.
4. 참샘에서 따봉과의 이별
한참 오름질 하다보니 참샘에 도착 했나 봅니다.
갑자기 따봉이가 생각 납니다
고개를 돌려, 헤드랜턴으로 수질검사 표지판을 비춥니다.
없어졌다! 따봉이가~날 기다리다가 지쳐, 멋진남 산꾼을 따라갔나 봅니다.
수질검사 결과 : 따봉~~~그녀의 이름은 이젠 영원히 볼수 없습니다.
참샘을 지나자 깔딱고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점점 씩은땀이 나더니 체력이 떨어짐을 느낌니다.
산행은 다리 힘으로 빨리 걸을 수 있다고 산행을 잘하는 것만은 아니라 생각 합니다.
즐기는 산행이 아니라 선두 경쟁, 체력 경쟁을 목적에 둔다면 무리가 있기 마련 일것입니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은 체력도 키우고 자연과 더불어 마음의 품성을
너그럽게 기르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라고~~
바람소리와 바위와 나무와 물소리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산에 의지하고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
산행의 의미가 배가 될것 입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조급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는 등산은
자연을 배우고 넉넉한 마음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5. 망바위에서 달님과의 속삭임
얼마를 올라왔을까.
계곡물 소리가 바위 밑으로 숨었습니다.
참샘에서 떠 온 샘물로 목을 축이며 망바위 까지 바짝 따라온 달님과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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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 안성산꾼? 요즘 좀 빌빌한것 같네~
안성산꾼: 힘들다 힘들어..요즘 계속되는 지방출장에 야근까지~
달님 : 집에서 좀 쉬지 뭐하러 왔어?
안성산꾼 : 글쎄! 내가 이 곳에 왜 왔을까..대답은 간단하지.
달님 : 뭔데~
안성산꾼 : 산울림 카폐에 들어가 보니가? 지리산 무박 간다 하길레
요놈의 손가락이 산행신청을 해 놓고 가는날짜 왔으니. 묻혀서 온거지 뭐?
달님 : 그냥 아무 생각없이 왔니?
안성산꾼 : 그려..난 원래 생각이 없는 넘이여!~ 남들이 정신년령 15세니,
<말아톤>이니 <기봉이>니 영화 봤으면 알거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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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서 삐딱하게 누워 리모콘 돌리며 텔레비젼이나 볼껄...
내가 왜 이곳에 와서 이 고생일까..라는 생각!
요즘 들어 체력이 딸리는것 같습니다.
마음은 청춘인데~ 너무 무리하는것이 아닌가?
점점 산비탈과 경사진 길목들이 나오면서 식음땀도 나고
혼자 즐기는 풍류도 지칠무렵 이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게 되지요.
제법 쌓인 눈이 보입니다.
표면은 얼어서 딱딱했지만 발에 밟히는 느낌이 좋아 아끼며 걷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가끔씩 뒤돌아 보며 발치아래 멀리 길게뻗은 계곡을 봅니다..
마지막 나무계단을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장터목 대피소가 보입니다.
6.장터목에서..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니, 제석봉이 손에 잡힐뜻 우리를 맞이하고
어둠속에서 천왕봉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 오는것 같습니다..
오늘은 너무 조용 합니다.
장터목 풍향계는 백무동에서 올라오는 바람손님을 기다리며 늦잠을 자고 있습니다.
갑자기 힘이 솟아나고 가슴이 뻥 뚫 립니다.
이땅 가장 높은 곳에서~ 밤새도록 추운곳을 홀로 지키고 있는
장터목 우체통을 보덤으며.. 천왕봉은 향하며 출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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