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속 --
7. 제석봉의 고사목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평탄한 능선 입니다.
제석봉 너른벌판을 지나는데 오늘은 너무 조용 합니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차고 쎈 바람도..
고사목에 괴롭힘을 주던 망나니 칼바람도...
오늘은 보이질 않습니다.
아마도 천왕폐하(일출)의 행차가 있나 봅니다.
---일 출---
저토록 붉은색 이였던가!
붉디붉은 햇덩이가 떠오른다..
어떤 말로도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길이 없다.
얼얼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아! 아! 하며 앓는 소리를 냈을 뿐...
카메라를 들고 전망 좋은 제석봉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능선을 바라볼 때면 가슴은 뿌듯함으로 채워 짐니다 .
배고픔 보다, 사진고픔이 더 힘들어, 아침먹을 생각도 없이 카메라에 담습니다.
오늘이 이 세상의 마지막 날 인냥..
작은 봉우리에 오를 때마다 능선의 파노라마와 확 터인 조망들!
우리는 그 선경에 취해 힘든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예술작품은 아닐테지만 ......
2007년 눈구덩이 산행의 추억을 가슴에 남기는 심정으로..
띄엄띄엄 서 있는 고사목
나무는 죽어서 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듯...
은은하게 다가오는 어무이 같은 지리산!
며칠전 라듸오에서 들었다! 결혼할 여자의 조건 이래나?
하루를 살것 같으면 얼굴이쁜 여자와....
한달을 살것이면 몸매 멋진 여자와..
1년을 살것이면 성격 좋은 여자와..
평생을 살것이면 영혼을 같이 할수 있는 여자와..결혼 하란다.
미인미남은 우리를 배반하여 버릴수 있지만
사랑이 깊은 연인 그리고 우리내의 어무이는 우리를 버리지 않습니다.
그런 산이 지리산이며 이러기에 많은 사람이 지리산을 사랑하는 모양 입니다.
8. 천왕봉
통천문(通天門)을 지나 하늘로 올라서니 망망대해가 보입니다.
바람이 없으니, 바다에는 파도가 없습니다.
저멀리 보이는 작은 산맥들이 마치 돛단배 처럼 보입니다.
동쪽으로 중봉, 남쪽방향으로 법계사 중산리계곡 북쪽방향으로 뱀사골로 진입되는
여러계곡과 산봉능선들 서쪽으로는 지나온 제석봉과 능선들 모두 그림처럼 펼쳐져
보이고~ 글로 표현할 단어가 없습니다.
맑은날씨에 연출됐던 한점 티끌도 없이 붉고 아름다웠던 일출과 확 트인 조망~~
오늘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이보다 더 멋진 지리산 일출과 조망을 볼수 있을까?
오늘 가슴에 품었던 소원을 풀었습니다.
순간순간을 고이 간직하고자... 카메라에 담습니다.
화창한 날씨의 산은 그 산대로.
비오는 날의 산은 그 산대로...
운무가 덮여 있는 산은 또 그 산대로....
색깔과 느낌이 달라 산의 다양한 모습을 그대로...
지리산 신령님! 소원을 풀었으니~지금부터는 지리산에 비가 오든, 구름이 끼든,
그 모습 그대로도 좋습니다.
이번 산행으로 정신적인 성숙함을 더느끼면서~
이젠 관대함과 여유가 생기는 나이이기에...
9.천왕봉----->치밭목 산장
대원사까지 11.7 Km ~ 사진찍고, 낭만을 즐기면서~어슬렁 어슬렁 내려가면
5시간~6시간을 잡고 천왕봉을 떠나 중봉을 향함니다.
중봉을 향하는 내리막길에서는 가끔 등산객을 만남니다.
어디로 가세요?
모두가 배낭이 크고, 얼굴 모습으로 보아~~
어제밤 치밭목에서 보내고 천왕봉을 향해 올라오고 ~~
아마 세석이나 기타 종주산행을 하는것 같습니다.
중봉 등로는 지금까지의 주능선과는 달리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 않아
눈길을 헤쳐가기가 쉽지가 않고 또한 눈의 깊이가 무릅까지 찰만큼 많은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러쎌이 완전하지 않아 ~힘든 산행길 입니다.
여기에서도 사진기가 배고파~계속 산그림을 담습니다.
스텔스 회장님이 느림보 우리가 걱정되나 봅니다.
무전기로 계속 교신 중임니다.
오늘은 정말 닉에 맞게 든든한 스텔스기로 보임니다.
우리뒤에 몇분 내려옴니까? 회장님!
대원사 코스로는 5~6명 되구요~ 8명 정도는 중산리로 탈출 했습니다.
여하튼 우리뒤에 5명이나 있다니~천천히 볼것 다보고~가자구요.
중봉에서도 전망이 좋아 발앞에 써리봉과 좌측으로는 하봉, 건너편에는 웅석봉 능선이
눈앞에 보입니다.
중봉에서도~ 써리봉에서도 어무이 천왕봉은 길떠나는 아들(조은하늘님과 안성산꾼)
이 눈길에 미끄러질까봐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 까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어무이를 계속 처다보면서 내림질 합니다.
하산길 옆의 나무, 바위, 산죽나무들이 자주 본듯한 친근감이 생김니다.
거의 다 내려온듯한 착각속에서 ....
와우! 저멀리 치밭목대피소가 보입니다.
이젠 지리산이 아니라 지루산이 시작되는군요.
주위에 멋진 풍광도 사라지고, 골짜기는 얼마나 긴지~가도가도 끝이 없습니다.
체력소진이 다되어 가는데~치밭목에서 초크릿과 과일로 충전시킴니다.
레스카님이 터덜터들 내려 옴니다.
익숙한 행동으로 대피소 지킴이님을 찾더니 커피를 사줬습니다.
원두커피를 직접 내렸다나요~커피잔 하나 엄청 크더군요~
이젠 힘이 생김니다.
약간의 행동식과 따뜻한 커피보다도 레스카님을 만났다는 것으로~ 힘이 솟습니다.
근데~갑작스레~산악대장님~ 치밭목산장님(조권식)의 목소리가 들림니다.
쪼께마 가머!~쪼께마 가머~다 왔심더~힘내이소~~
그니는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치밭목 산장에서도~~~~
<시린 가슴 있다면 치밭목엘 가자....>
팔월, 뜨거운 날에도
시린 가슴 있다면 치밭목엘 가자
잎샘 꽃샘 일던 언덕 소중히 묻어 둔 그리움의 씨앗들
신밭골 능금알 반짝이듯 여물었을 거다
어쩌다 잃어버린 것들은
과수원 탱자 울가 아무렇게나 구를 몇 알의 낙과(落果)로 줍고
대(竹) 평상 머리 뻑뻑한 농주 두어 사발
써레봉 위 긴 여름 해, 한 뼘이나 더 남았을 낮술에 취하면
애타게 누군가가 보고 싶어지리라
그럴 땐 종일을 울고도 모자라는
새재마루 조릿대를 따라 실컷 울어 보자
제 쫓던 반달곰에 채여 골골대던 밀렵꾼 이 아무개
지난 겨울 못 넘겼다는 소문 풍편(風便)에 돌아
올가미 벼락틀 사라진 쑥밭재 길
식구 늘인 멧돼지 설여문 도토리 먹이러 돌아온다
우리의 깃발인 신갈 숲 흔들며
고된 다리품 뜨거운 땀방울로 푸르름 꿈꾸던 곳
낡고 초라한 산장 애잔스러이
뜬소문 하나 없이 돌아오지 않는 산친구 기다리누나
해거름, 진한 커피 한 잔과 산중정담(山中情談)
아련한 이의 체향(體香)이듯 여울지면
시린 가슴 온몸으로 적시어라
머리 웅석봉 노을, 잊혀져 가는 산노래 되어
세평 뜨락 고목 등걸 탁자를 맴돌 때
- 권경업 -
내림질은 계속되고~저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집과 도로~유평리
에궁! 언제 저기까지 가야 하나?
이봐요! 좋은 하늘님 천천히 가자구요.
우리 뒤에 4명이나~있다는데~
후미 4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에겐 저축한 비상금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요~
오늘 정말 멋진 산행 파터너를 만났습니다.
조은하늘님!
그니와의 대화는
바람소리와 바위와 나무와 물소리와 대화를 나누듯 ~
어쩜 어릴적부터 함께자란 소꼽친구처럼..
조은하늘님! 함께하여 즐거웠고~~
사랑 합니다.
10. 에필로그
산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더 군요.
산에서는 부자이든, 가나하던, 지위가 높던 낮던
똑 같은 댓가의 땀을 흘려야 산을 만날수 있다는것!
오늘 나 자신이 땀흘려 여기까지 왔기에 ~~어무이산 지리를 만나
아낌없는 사랑과 나눔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약 11시간 산행을 했습니다.
어둠따라, 헤드라이트 불빛 따라, 해따라 걸었습니다.
달 따라, 바람따라, 구름따라, 물따라 걸었습니다.
걸어가면서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며 걸었는가?
이 산길처럼 우리 인생도 하염없이 걷고 걸어가야 하지 않는가?
우리네 인생길을~~
조개골 맑은물을 그리며......<안성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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