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육하원칙

 

하나. 언제 산으로가나

봄이좋다. 가을은 더좋다. 여름도 괜찬다. 겨울은 시리도록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이 영락없이 더좋다.

괘로울 때가라. 기쁠 때나 외로울 때도가라.

바람 부는날. 비 오는날. 눈 오는날. 눈이 부시게 푸른 날.

천둥치고 번개치는날. 달 밝은날.

미쳤다고 생각되는 날까지 가라.

 

둘. 어느 산을 갈것인가

가까운 산 몇 번 간후에. 먼 산으로 달려가라.

낮은 산 오르고. 높은 산 올라라.

유명하고 아름다운 산은 자구만 가라.

 

셋. 누구하고 갈 것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다면 적어서 좋다.

서넛이면 여러가지로 좋고. 둘이면 손잡기 좋고.

혼자면 마음대로라 좋다.

홀로 가면 바람과 구름. 나무와 새. 꽃과 나비를 몽땅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을 뿐더러. 자연과 친구가 될수잇어 희안하게 좋다.

 

                                                    <지리산 백무동 하산길에서 장터목 능선    061217 산꾼>

넷. 산에 가서 무엇을 하나

기진할 때까지 방황하다 쓰러져라.

두려움조차 내 것으로 껴안아라.

새소리리도 흉내내보고. 나뭇잎에 편지라도 적어보라.

향기에 취해서 야생화를 빰에 비벼보라.

도토리 한알 주워 친구에게 선물해보라.

산정에서는 고함보다 침묵이. 침묵보다 명상이 엄청 더 좋다.

 

다섯. 어떻게 산에 가면 좋은가

발가벗고 가라. 허위와 영악함 부끄러움과 더러움을 가져주는 옷과

넥타이. 모자. 양말까지 벅고 가라.

그렇게 하면 솔바람에 마음을 정갈히 빗질할 수 있고.

맑은 계곡물에 더러움과 영악함을 헹구기 쉽다.

 

여섯. 왜 산에 가는가

산이 있기에 간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태어났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존재론으로. 더 곤란하면 운명론으로 돌려라.

더더욱 곤경에 처하면 되물어라.

 

"당신은 왜 산에 안 가는가?"

 

                        <성락건님의  저서 남녁의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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